[트렌드줌인] “열심히 해도 달라지지 않네” 그린퍼티그 확산하는 이유? 
[트렌드줌인] “열심히 해도 달라지지 않네” 그린퍼티그 확산하는 이유? 
  • 김다솜
  • 승인 2024.03.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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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퍼티그 확산에 ESG 행보 기업 '부작용' 우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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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그린퍼티그(Green Fatigue)’ 현상은 기업의 그린워싱 리스크를 높일 수 있어 과도한 ESG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지쳐가는 소비자, 그린퍼티그와 그 부작용’ 보고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그린퍼티그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피로를 의미하는 퍼티그(Fatigue)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 노력에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함에 따라 피로가 누적돼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의욕을 현상을 의미한다. 

유로모니터의 ‘2024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Top Global Consumer Trends 2024)’ 보고서에서는 6가지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로 소비자가 그린퍼티그에 시달리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유럽 및 북미 소비자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 등 친환경 소비 노력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GWI, GrobalWebIndex)’ 조사에서도 지난해 친환경 제품 구매에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2020년보다 29%p 감소하고 재활용에 대한 의향도 9%p 저하됐다. 환경보호가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응답률도 같은 기간 10%p 줄었다. 

보고서는 그린퍼티그가 소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일부 소비자만이 기업의 그린워싱 행태에 분노했으나 최근에는 친환경 소비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그린워싱에 분노하는 소비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비영리단체 유기농무역협회(Organic Trade Board) 등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9%)이 그린워싱에 대해 분노하거나 혐오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같은 분노가 소비자로 하여금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등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회사 KPMG가 지난해 8월 18세 이상 영국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 3명 중 1명은 기업의 친환경 홍보가 거짓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해외 소비자는 그린워싱에 대해 단순 분노와 불신을 넘어 제품 및 서비스 불매, 기업 소송 등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PMG 조사에서 영국 소비자의 54%는 그린워싱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영국 유기농무역협회 등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그린워싱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재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그린워싱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런던정경대학(LSE)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워싱 기업에 대한 소송건수는 2020년 9건에서 2022년 26건으로 2년여 만에 3배가량 늘었다. 글로벌 기후변화 소송 건수는 2021년 266건, 2022년 222건이었으며 이중 그린워싱 관련 소송이 각각 10%, 12%를 차지한다. 

소송 사유로는 ▲구체적 계획과 활동없이 친환경 선언을 남발하는 경우 ▲제품에 표기된 친환경 활동 관련 사항이 실제와 다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 ▲친환경 활동 및 투자 행위를 실제보다 과장해 홍보하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각국 정부는 그린워싱 기업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 소비자의 그린퍼티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의 그린워싱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지난해 9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친환경 홍보와 관련해 금지 행위를 규정하는 법안 도입에 합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같은 시기 투자회사가 표면적으로 ESG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실제로는 이와 무관한 회사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소비자가 느끼는 그린퍼티그가 증대돼 소송 등 적극적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나친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