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인원 0명, 심심한 사과…또 ‘문해력’ 논란, 낮은 독서율 때문? 
모집인원 0명, 심심한 사과…또 ‘문해력’ 논란, 낮은 독서율 때문? 
  • 김다솜
  • 승인 2024.04.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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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결핍 심각한 수준…해외에서는 문해력 향상 정책 시행 중
문체부, ‘독서문화진흥계획’ 통해 독서율 끌어올리기로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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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라온 채용공고 문구로 인해 또 한 번 문해력 논란이 불거졌다. 모집인원을 ‘0명’으로 표기한 것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왜 0명을 뽑는다고 하냐. 낚시글이냐”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문해력’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지난 2020년에는 ‘사흘’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8월 1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3일 간의 연휴가 생겼는데 이를 ‘사흘 간 연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이 ‘연휴는 3일인데 왜 4흘(4일)이라 하냐’고 항의하면서 문해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022년에는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심심한 사과’가 올랐다. 한 카페에서 사과문을 게재하며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는데, 여기서 ‘심심한’을 ‘매우 깊고 간절하다’가 아닌 ‘무료하다’는 의미로 해석한 일부 누리꾼들이 비난하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수의 과제 공지 중 ‘금일’이라는 단어를 ‘오늘’이 아닌 ‘금요일’로 받아들인 학생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항의하는 단체 채팅방 캡쳐화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어린이·청소년의 문해력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오고 있다. EBS가 중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해력 테스트에서는 참가자의 24.0%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국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77.5%에서 2022년 54.0%로 축소됐다. 반면 기초 미달 비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8.0%로 확대됐다. 

이같은 문해력 결핍의 원인으로 ‘독서율’을 꼽는 이들이 많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독서의 목적을 보면 ‘학업에 필요해서’(29.4%)가 1위로, ‘재밌어서’(27.3%)나 ‘자기 계발을 위해서’(13.9%)보다 높았다. 

반면 유튜브 등 미디어 시청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주요 시청거리로 떠오르면서 짧고 자극적인 단어들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문체부 조사에서 비독서자 학생이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 중 1위는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29%)가 꼽혔다. 

국내 문해력 문제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관련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전국적인 문해력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PIAAC(국제성인역량조사)에 참여해 국가 수준의 성인 문해력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또 가짜뉴스(Fake News) 등 잘못된 정보 확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미디어 문해력(media literacy) 교육 의무화에 나섰다. 뉴저지 주는 미국 최초로 유초중등(K-12) 학생의 정보 문해력 교육을 위한 의무 교육과정을 채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본은 학교에서의 아침독서 정책을 시행 중이다. 50억엔(약 44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학교별로 신문을 보급하고 학생들에게 신문을 필사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일본의 읽기 수준은 2018년 15위에서 2022년 3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국어시수를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확대한 것이 현재까지는 사실상 전부다. 다만 최근 문체부는 비독자의 독자 전환을 핵심으로 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독서기반 문해력 진단·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독서인(IN) 등 공공부문 독서·교육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주일 1독서 챌린지, 대학 커뮤니티 연계 온라인 독서모임 등 독서프로그램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성인 독서율을 5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