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서울역
기다린다.
정해진 시간은 있지만 기다려진다.
누굴 기다린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역에서 기다리는 건…떠나는 거다.
그래서
이곳은 그러기에 제격이다.
기다리는 걸
떠난다고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다리다 보면 떠나게 되는……
이곳은 나를 감추듯이
도시연무(都市煙霧)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난 그 속에서 서성이며
떠날 목적지를 찾아 또 기다린다.
詩를 읽으며…
한때 ‘대한 늬우스’를 보면 명절 귀성객의 장사진을 역(驛)마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어졌을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 힘든 풍경이 돼가고 있다.
지금은 깔끔한 청사 중심으로 탈바꿈한 서울역의 옛 역사는 박물관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듯.
역, 서울역 하면 마중 나가는 느낌보다 ‘떠나는’ 감정이 더 앞선다. 기차 출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서 커피 한 잔을 들고 2층에 앉자 분주히 다니는 사람들을 본다.
떠나는 사람들이다. 모두들 기다리면서 자기를 군중 사이에 넣어 소리 없이 떠나고들 있다. 모 청와대 대변인은 소리 없이 LA를 떠나기도 했다던데…안타까운 여행이다.
지금 누구나 하고 있는 ‘인생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짧은 소(小)여행도 즐거운 기억이 돼야 하는데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과 기차여행이 이벤트라고 할 정도니,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작열하는 햇볕을 만끽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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