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인사이드] 롯데 신동빈 회장이 떳다..국회 과도한 감싸기 '눈살'
[국감인사이드] 롯데 신동빈 회장이 떳다..국회 과도한 감싸기 '눈살'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9.17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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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
롯데 형제의 난 사태 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탓인지 연관검색어로 '신동빈 국감'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국정감사(이하 국감) 출석은 수일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언론에서 신 회장의 정무위 국감 출석 앞두고 롯데그룹이 국감 준비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신 회장이 국감장에 몇시에 도착할 것인지, 신 회장을 향한 정무위 의원들의 주된 질문 내용이 무엇이 될 것인지 등의 분석 기사를 쏟아내며 그 열기를 더했다.

17일 국회 국감장에 들어선 신 회장은 여느 방문자와 다름없이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은 뒤 국감장에 들어서 국감 절차에 따라 선서를 한뒤 증인석에 앉았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일반적(?)인 증인들과 다른 스펙(?) 때문인지 국감장의 공기가 남달랐다.

국회 출입구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신동빈의 그림자라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이는 정무위 국감이 열린 국회 본관 6층의 복도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정무위 국감장에는 선택받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정무위 위원과 위원들의 보좌관 및 증인 보완요원, 국회 출입기자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국회 출입기자 중에서도 풀단에 들어있는 몇팀의 기자들에게만 사진과 영상 촬영이 허가된 것이다.

▲ 정무위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한 취재진들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국회 보완요원은 출입기자들 중 풀단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기자들에게 "카메라를 두고 오면 들여보내 주겠다"며 국감장 입구를 막아섰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지 못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회가 기자들을 검열하고 있다"며 국감 증인으로 불렀으면서 오히려 신동빈을 위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감장 안도 밖과 다를 바 없었다. 신 회장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국감장에 들어섰지만 선서 이후 여유를 되찾아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답변했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질문들은 예상했던 대로 '신 회장'에게 집중됐고 의원들은 앞다투어 증인으로 신 회장을 택했지만, 그동안의 국감과 달리 신 회장에 대한 큰 고성도 오가지 않았고 다른 증인들과 달리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시간도 많이 주어졌다.

물론 증인에게 상임이 위원들이 큰 고성을 지르거나 답변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증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것은 의문을 자아낸다.

특히 이미 국회 풀단에 속한 매체 기자들은 암묵적으로 사진 촬영 제지에 대해 동의한 듯 다른 기자들에게 '사진 찍기 않기로 하지 않았냐'며 제지하는 일도 목격됐다.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의 얼굴이 안보인다며 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한 여당 A 의원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옮긴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이외에도 여당의 한 의원은 자신이 질문할 순서가 주어지자 신 회장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신 회장 앞자리에 앉은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배 원장이 앉아 있던 의자를 직접 신 회장의 얼굴이 잘 보일 수 있게 움직이는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또한 신 회장에게 한 마디라도 더 질의를하려는 의욕넘치는 의원들이 많아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해당 이날(17일) 국감내용은 오후 5시까지만 방영된다며 질의 순서가 뒷부분인 의원들을 위해 질의시간을 지켜달라고 수차례 부탁하는 흔치 않은 일도 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맥빠진 국감을 진행하려면 굳이 신 회장을 부를 필요 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정치인들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판도 있다.

▲ 같은날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위, 국방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장의 한산한 모습

한편, 이같이 뜨거운 열기 속에 정무위 국감이 진행된 반면 같은날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위, 국방위원회 등의 국정감사는 상대적으로 기자들도 의원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